도루묵, 이름 뒤에 숨겨진 이야기와 겨울에만 먹을 수 있는 이유
도루묵이라는 이름이 처음부터 도루묵이 아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임진왜란 때 피난을 가던 선조 임금이 이 생선을 먹고 맛있다며 은어라는 이름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쟁이 끝나고 궁으로 돌아온 뒤 다시 먹어보니 예전만큼 맛있지 않았다. 그래서 “도로 묵이라 하여라”라고 했다는 것이 도루묵 이름의 유래라고 알려져 있다.
맞는 이야기인지 역사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이 이야기가 오래 전해져 내려오면서 도루묵이라는 이름이 일이 원래대로 돌아갔다는 뜻의 관용어로도 쓰이게 됐다.
유래야 어쨌든 도루묵은 실제로 맛있는 생선이다. 선조가 피난길에서 허기진 상태로 먹었으니 특별히 맛있었을 것이고, 궁으로 돌아와서 좋은 음식을 먹다 보니 상대적으로 덜 맛있게 느껴졌던 것이 아닐까 싶다. 제철에 제대로 먹으면 충분히 맛있는 생선이다.
도루묵이 겨울 한 달만 제철인 이유
도루묵은 동해 깊은 바다에서 사는 어종이다. 평소에는 수심 200~400m의 깊은 바다에 있다가 산란기인 겨울에 얕은 연안으로 올라온다. 이때가 어획이 집중되는 시기다.
산란기는 11월에서 12월 사이다. 이 시기에 암컷 도루묵 배 속에 알이 가득 찬다. 알이 차있는 암컷 도루묵이 가장 맛있는 상태다. 알의 식감과 생선 살이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 도루묵의 가장 큰 매력이다.
12월을 넘어서 1월이 되면 산란이 끝나고 살이 빠지기 시작한다. 알도 없어지고 맛이 급격히 떨어진다. 사실상 11월 중순에서 12월 말까지 딱 한 달 반 정도가 제대로 된 도루묵을 먹을 수 있는 기간이다.
산지는 강원도 속초, 고성, 강릉이 대표적이다. 동해안이 산지라 서울이나 내륙에서는 신선한 도루묵을 만나기 어렵다. 제철 시기에 동해안 수산시장에서 직접 사거나, 산지 직송으로 구입하는 것이 신선한 도루묵을 얻는 방법이다.
어획량이 연도별로 들쭉날쭉하다. 풍어인 해는 가격이 낮고 물량이 풍부한데, 흉어인 해는 구하기도 어렵고 가격도 오른다. 제철 시기에 물량이 많을 때 사다가 손질해서 냉동해두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다.
알 배기 도루묵 고르는 법
도루묵을 살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암수 구별이다. 알이 있는 암컷을 골라야 도루묵 특유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구별이 생각보다 쉽다. 배를 보면 된다. 알이 찬 암컷은 배가 통통하게 불룩하다. 살짝 눌러보면 알이 꽉 차있는 느낌이 나면서 탱탱한 저항감이 있다. 수컷은 배가 납작하고 배를 눌러도 저항감이 약하다.
크기도 구별 포인트다. 같은 크기로 보이는데 배가 볼록하게 나온 것이 알 밴 암컷이다. 배가 납작하면서 전체적으로 날씬한 느낌이 수컷이다.
신선도 확인은 다른 생선과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눈 상태가 첫 번째다. 신선한 도루묵은 눈이 볼록하고 투명하며 검은자위가 선명하다. 꺼지거나 흰 막이 끼면 시간이 지난 것이다.
비늘 상태가 두 번째다. 도루묵은 비늘이 얇고 쉽게 벗겨지는 특성이 있다. 신선한 것도 비늘이 약간 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과도하게 비늘이 없어진 것은 선도가 떨어진 것이다. 비늘 전체에 은빛 광택이 살아있는 것이 좋다.
냄새가 세 번째다. 신선한 도루묵은 맑고 가벼운 바다 향이 난다. 강한 비린내나 암모니아 냄새가 올라오면 피한다.
| 확인 항목 | 신선한 도루묵 | 선도 저하 도루묵 |
|---|---|---|
| 눈 상태 | 볼록하고 투명, 검은자 선명 | 꺼지거나 흰 막 낌 |
| 비늘 | 은빛 광택 살아있음 | 탁하거나 광택 없음 |
| 냄새 | 맑은 바다 향 | 강한 비린내 |
| 배 탄력 | 알 찬 암컷은 배가 탱탱 | 물렁하거나 배가 납작 |
| 몸통 탄력 | 누르면 즉시 복원 | 눌린 자국 남음 |
도루묵 손질과 요리
도루묵 손질은 간단하다. 비늘이 얇아서 비늘 제거가 쉬운 편이다. 칼 등으로 가볍게 긁으면 된다. 내장을 제거할 때 배를 가르지 않고 아가미 쪽에서 내장을 꺼내는 방법을 쓰면 알이 온전히 유지된다. 배를 갈라버리면 알이 터져서 형태가 흐트러진다.
소금구이가 가장 기본이다. 손질한 도루묵에 소금을 충분히 뿌리고 30분 정도 두었다가 굽는다. 삼투압으로 수분이 빠지면서 껍질이 더 바삭하게 구워진다. 중약불에서 천천히 굽는 것이 알이 터지지 않고 익는 방법이다. 강불에서 빠르게 구우면 껍질이 타고 알이 터질 수 있다.
구울 때 알이 껍질 밖으로 터져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것을 막으려면 굽기 전 이쑤시개로 배 쪽에 두세 군데 작은 구멍을 내는 방법이 있다. 내부 압력이 빠져나가면서 알이 터지는 것을 방지한다.
도루묵찌개도 별미다. 알 밴 도루묵을 무와 함께 끓이면 알이 국물에 일부 풀어지면서 진한 맛이 난다. 된장을 약간 풀면 더 깊은 맛이 나온다. 고추장을 넣어 칼칼하게 끓이는 방법도 있다. 두부와 대파를 함께 넣으면 국물 맛이 균형을 이룬다.
찌개를 끓일 때 처음부터 끓이지 말고 국물이 끓기 시작한 후 도루묵을 넣는 것이 살이 부서지지 않는 방법이다. 도루묵 살이 약한 편이라 처음부터 넣고 오래 끓이면 살이 풀어진다.
양념구이도 있다. 간장, 고추장, 마늘, 생강을 섞은 양념을 발라서 굽는다. 양념이 도루묵 특유의 비린 기운을 잡아주면서 단맛이 더해진다. 알이 없는 수컷 도루묵을 요리할 때 양념구이가 더 잘 어울린다.
알 터뜨려 먹는 재미
도루묵 소금구이를 먹을 때 알을 터뜨려서 밥에 비벼 먹는 방법이 있다. 구워진 알을 젓가락으로 살짝 터뜨리면 안에 있던 알들이 쏟아진다. 이 알을 따뜻한 밥과 함께 비벼 먹으면 고소하고 짭짤한 맛이 밥에 배어든다.
이 방식이 도루묵을 먹는 사람들이 가장 즐기는 방법이다. 알 자체가 작고 부드러워서 씹는 식감이 없는 편인데, 밥과 함께 먹으면 알의 진한 맛이 밥에 고르게 퍼진다.
과메기처럼 도루묵도 겨울 한 철만 먹을 수 있는 생선이다. 과메기, 꽁치로 만든 것과 청어로 만든 것이 다르다는 걸 아는 사람이 드물다에서 다뤘듯 겨울 한철 별미들은 그 시기가 지나면 다음 해를 기다려야 한다. 제철을 알고 그 시기에 먹는 것이 수산물을 가장 맛있게 즐기는 방법이다.
동해안 여행을 겨울에 계획하고 있다면 속초나 강릉 수산시장에서 도루묵을 꼭 사보세요. 배가 통통한 암컷을 골라서 소금구이로 먹으면 됩니다. 알을 터뜨려 밥에 비비는 것, 그게 도루묵을 먹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