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댕이젓, 새우젓과 다르게 써야 맛있다
젓갈 종류를 제대로 구별하기 시작한 건 어머니 김치 맛의 비밀을 찾다가였다. 같은 재료로 담그는 것 같은데 어머니 김치가 특별히 깊은 맛이 났다. 새우젓 외에 다른 젓갈도 쓰신다는 것을 어느 날 알게 됐다.
밴댕이젓이었다.
밴댕이젓을 들어봤지만 어떤 건지 몰랐다. 밴댕이라는 생선 자체가 낯설었다. 찾아보니 서해에서 많이 잡히는 작은 생선으로, 멸치와 비슷하지만 다른 어종이었다. 이 밴댕이를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것이 밴댕이젓이다.
어머니한테 밴댕이젓 이야기를 꺼냈더니 신안 수협 이야기가 나왔다. “밴댕이젓은 서해 쪽에서 많이 나와. 신안 근해에서도 잡히는데 봄에 많이 잡혀. 멸치젓보다 맛이 덜 강하고 새우젓보다 생선 향이 있어. 그 중간 어딘가야. 그래서 요리에 쓰는 방식도 달라.”
맛의 포지션이 새우젓과 멸치젓 사이라는 설명이 이해하기 쉬웠다. 그 중간 지점을 요리에서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핵심이었다.
밴댕이젓이 다른 젓갈과 다른 이유
젓갈은 원료 생선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진다. 같은 소금으로 담가도 어떤 생선을 썼느냐가 최종 맛을 결정한다.
새우젓은 갑각류 특유의 달고 깔끔한 감칠맛이 특징이다. 육젓이면 다 같은 육젓, 신안 새우젓 용도별로 틀리면 요리가 망한다에서 다뤘듯 김장과 수육에 특히 잘 어울린다. 생선 향이 없어서 깔끔한 간을 낼 때 좋다.
멸치젓은 발효가 깊게 진행되면서 강하고 진한 맛이 난다. 염도가 높고 향이 강해서 김치 양념에 소량 넣으면 깊이가 생긴다. 단 너무 많이 넣으면 맛이 멸치젓에 압도된다.
밴댕이젓은 이 두 가지의 중간이다. 생선에서 나오는 감칠맛이 있지만 멸치젓처럼 강하지 않다. 새우젓의 달고 깔끔한 맛과 멸치젓의 깊고 진한 맛 사이에 있다. 이 특성이 요리에서 쓰임새를 만든다.
발효 속도가 빠른 편이다. 작은 생선이라 단백질 분해가 멸치젓보다 빠르게 일어난다. 담근 지 오래되지 않아도 맛이 어느 정도 나온다. 반대로 오래 두면 과발효로 맛이 강해질 수 있다. 새우젓을 냉동고에 넣었더니 맛이 그대로였다에서 다뤘던 냉동 보관이 밴댕이젓에 더 중요한 이유다.
밴댕이젓과 다른 젓갈 비교
| 젓갈 종류 | 원료 | 맛 특성 | 적합한 용도 |
|---|---|---|---|
| 새우젓 (육젓) | 작은 새우 | 달고 깔끔한 감칠맛 | 김장, 수육 곁들임 |
| 밴댕이젓 | 밴댕이 (작은 생선) | 생선 감칠맛, 중간 강도 | 김치 양념, 나물, 국물 |
| 멸치젓 | 멸치 | 강하고 진한 생선 향 | 김장 김치 깊이 추가 |
| 황석어젓 | 황석어 | 깊고 구수한 향 | 나물 무침, 요리 조미 |
| 조기젓 | 조기 | 담백하고 고소 | 김치 양념, 밥반찬 |
밴댕이젓이 새우젓보다 강하고 멸치젓보다 약한 중간 위치라는 것이 활용 포인트다. 새우젓만으로 김치를 담그면 감칠맛이 단조롭다. 밴댕이젓을 소량 더하면 생선에서 나오는 복잡한 감칠맛이 추가된다. 멸치젓보다 향이 약해서 다른 재료의 맛을 해치지 않는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신안 어민들이 전통적으로 밴댕이젓과 새우젓을 함께 쓰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셨다. 두 젓갈의 특성이 서로를 보완하기 때문이다.
요리별 활용법
김치 양념에 새우젓과 함께 소량 쓰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새우젓이 기본 간과 달콤한 감칠맛을 담당한다면, 밴댕이젓은 생선에서 나오는 깊은 맛을 더하는 역할이다. 비율은 새우젓 2에 밴댕이젓 1 정도가 적당하다. 밴댕이젓을 너무 많이 넣으면 생선 향이 앞서면서 김치 전체 맛을 흐린다.
나물 무침에 활용하면 효과가 뚜렷하다. 육젓 한 스푼이 요리를 바꾼다에서 새우젓을 조미료로 쓰는 방법을 다뤘는데, 밴댕이젓도 같은 방식으로 쓸 수 있다. 시금치나 콩나물 무침에 소금 대신 밴댕이젓을 소량 넣으면 나물 자체의 향이 살아있으면서 생선 감칠맛이 더해진다. 새우젓보다 생선 향이 있어서 해산물 나물이나 미역 무침에 특히 잘 어울린다.
국물 요리에도 쓸 수 있다. 된장찌개나 김치찌개 마지막 간을 맞출 때 소량 넣으면 국물 깊이가 달라진다. 멸치 육수를 낸 국물에 밴댕이젓을 더하면 감칠맛 층위가 두꺼워진다. 넣는 양은 찌개 한 냄비 기준으로 작은 젓가락 한 번 묻히는 정도면 충분하다.
좋은 밴댕이젓 고르는 기준
밴댕이젓은 시장에서 구입할 때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첫 번째는 색깔이다. 잘 발효된 밴댕이젓은 생선 형태가 어느 정도 유지되면서 갈색빛의 젓갈 국물이 맑다. 국물이 지나치게 탁하거나 검은빛이 강하면 과발효된 것이다.
냄새가 두 번째다. 신선하게 발효된 밴댕이젓은 구수하고 짭짤한 향이 난다. 불쾌하거나 쏘는 냄새가 올라오면 변질된 것이다.
세 번째는 생선 형태 보존이다. 밴댕이 형태가 어느 정도 살아있는 것이 좋다. 완전히 분해되어 국물만 남은 것은 과발효된 것이다.
보관은 냉동이 원칙이다. 염도가 새우젓보다 낮은 편이라 냉장에서 오래 두면 변질이 빠르다. 사온 뒤 바로 쓸 양만 냉장에 두고 나머지는 소분해서 냉동한다.
어머니가 김장할 때 새우젓과 밴댕이젓을 함께 쓰신다는 것을 알고 나서 그 비율을 여쭤봤다. “눈대중으로 해”라고 하셨다. 수십 년 경험이 손에 익은 분들의 대답이다. 처음 쓰는 분들은 새우젓 사용량의 절반 이하로 시작해서 맛을 보면서 늘려가는 방식이 가장 안전하다.
다른 사람들이 나중에 김치를 직접 담글 때 새우젓 하나만 쓰지 말고 밴댕이젓을 조금 더해보라고 얘기해줄 생각이다. 맛이 달라진다는 걸 직접 경험해봐야 알게 될 테니.
밴댕이젓을 처음 써보신다면 김치 양념에 새우젓의 절반 양으로 시작해보세요. 맛의 층위가 달라지는 걸 바로 느끼실 겁니다.